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섰습니다. 코스피 6,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장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 직전에 국내 코스닥 종목 몇 개를 매수한 상태였습니다. 여유 자금으로 장기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종목들이었죠. 그런데 전쟁이 터지자 미국 지수는 생각보다 견조한데 한국 주가지수는 상당히 빠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가져온 에너지 공급망 충격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폭 33km의 좁은 바닷길입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공급의 핵심 경로를 의미합니다(출처: 한국석유공사).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전 세계 LNG 수출량의 약 20%가 이 좁은 통로를 지나갑니다.
문제는 대체 경로가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이나 UAE의 하브샨-후자이라 파이프라인 같은 우회로가 있지만, 실제로 우회에 돌릴 수 있는 여유 용량은 하루 260만 배럴 수준에 불과합니다. 2,000만 배럴 중 260만 배럴만 우회 가능하다는 뜻이죠. 나머지 1,740만 배럴 이상은 그냥 묶여버립니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그 원유가 한국까지 오려면 반드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협을 봉쇄하자 유조선 통행량이 급감했습니다. 공습 전날 65척이 통과하던 유조선이 다음 날에는 6척으로 줄었고, 무리하게 통과하려던 선박 4척이 실제로 공격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봉쇄가 장기화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공습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3달러에서 단기간에 급등했고,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는 180달러 이상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폭등했고, 주식 시장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유가 급등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유가가 폭등하면 단순히 주유소 기름값만 오르는 게 아닙니다. 현대 경제에서 석유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원료이기 때문입니다. 물류비가 오르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고, 비료값이 오르면서 결국 모든 물건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합니다.
여기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정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최악의 경제 상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데 물가만 미친 듯이 오르는 것이죠.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미국이 겪었던 게 바로 이 상황입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를 넘었는데 GDP 성장률은 -3%대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경우 세계 평균 물가 상승률이 0.6~0.7%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Capital Economics). 한국무역협회는 유가 10% 상승 시 수입물가가 2.68% 늘고 기업 생산원가가 0.38% 오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제가 직접 체감한 것은 환율 급등입니다. 공습 전까지 1,430원대로 안정되던 원달러 환율이 공습 직후 1,447원까지 치솟았고, 3월 3일 장 시작 후에는 1,460원대까지 뛰었습니다. 국민은행은 공습과 반격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은 원유를 달러로 결제합니다. 유가도 오르고 환율도 오르면 이건 이중 타격입니다. 원래 100달러짜리 원유를 146,000원에 살 수 있었는데, 유가가 130달러로 오르고 환율이 1,550원으로 오르면 같은 양의 원유를 201,500원 주고 사야 합니다. 38% 이상 가격이 뛰는 셈이죠. 제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이런 거시경제 악재가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전쟁 국면에서의 실전 투자 전략
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전쟁이 터지면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 발발 직후 시장이 단기 바닥을 찍고 반등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1991년 걸프전 때 개전 당일 S&P 500이 3.7% 급등했고, 2003년 이라크전 개전 후에도 시장은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침공 당일 코스피가 -2.60% 급락했지만 그게 단기 바닥이었습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악재 자체가 아니라 불확실성입니다. '전쟁이 날 수도 있고 안 날 수도 있어'라는 상태가 가장 괴롭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실제로 터지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시장은 새로운 방향을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재건 수요, 정부 지출 확대, 통화정책 변화 같은 요소들이 계산되는 거죠.
그렇다고 무작정 버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실전 대응 전략은 이렇습니다.
공포 투매에 동참하지 않기: 장이 개장하자마자 -4%로 시작한다고 더 빠지기 전에 팔아야지 하고 매도 버튼 누르는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4%로 열린다는 건 이미 공포가 가격에 반영된 겁니다.
낙폭 과대 우량주 주목: 전쟁이랑 직접 관련 없는데 시장 분위기 때문에 같이 빠진 종목들이 기회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주나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주가 -5%, -6% 빠지면 그건 기회일 수 있습니다.
분할 매수 전략: 지금 당장 올인하라는 게 아닙니다. 오늘 30%, 이번 주에 추가 30%, 상황 보면서 나머지 40% 이렇게 나눠서 들어가는 게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입니다.
현금 비중 유지: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동성 확보입니다. 포트폴리오의 20~30% 정도는 현금성 자산으로 유지하는 걸 권합니다.
헤지 수단 검토: 원유 ETF나 금 같은 안전자산을 일부 편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금은 이미 온스당 5,400달러 선으로 사상 최고가 수준이라 진입 시점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저는 일단 보유 종목을 공포에 던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제가 매수한 종목들은 중동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내 성장주들이었고, 장기 투자 관점에서 펀더멘털이 흔들린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추가 매수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분할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위기는 항상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됩니다. 미국이 왜 이란을 공격했는지,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호르무즈 봉쇄가 4주 이내에 정리된다면 과거 패턴대로 시장은 반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봉쇄가 12주 이상 장기화되면 그때는 진짜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걱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냉정하게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현금 비중을 확보하고, 본인의 투자 원칙을 다시 확인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