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자산배분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주식, 채권, 금, 달러를 나눠 담으라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실천하려니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제 자산의 60%는 예금에 묶어두고 나머지 40%만 미국 지수추종 ETF에 넣어뒀는데, 최근 코스피가 6,000을 돌파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쓰렸습니다. 안전주의 성향이 강한 제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분산투자를 실천한 2년간의 변화
처음 자산배분을 시작했을 때 저는 ISA와 위탁계좌를 합쳐 94개 항목에 투자했습니다. 그중 15개가 마이너스였는데, 신기하게도 손실 폭은 -0.7%에서 최대 -6%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넣었기 때문에 평단가가 자연스럽게 낮아진 덕분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훨씬 단순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미국 지수 ETF 하나에 집중하면서 국내 주식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일이 부담스러웠고, 여러 자산을 나눠 관리하면 일희일비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제게 기회비용으로 돌아왔습니다. 2025년 코스피가 급등하는 동안 저는 구경만 했습니다.
자산배분을 제대로 실천한 사례를 보니 마이너스 항목들조차 의미가 있었습니다. 미국 부동산 리츠나 일본 국채처럼 아직 사이클이 돌아오지 않은 자산들은 지금 저렴하게 모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겁니다. 정기적으로 매수하면 이런 자산들이 반등할 때 평단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 ETF만 고집하면서 놓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분산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이었습니다. 예금에 60%를 묶어둔 덕분에 주식이 흔들려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제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예금 이자는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고, 결국 실질 수익률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자산배분을 했다면 채권이나 금에서 나오는 수익이 예금보다 나았을 텐데 말입니다.

리밸런싱과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
자산배분에서 리밸런싱은 핵심입니다. 연말마다 오른 자산은 일부 팔고, 내린 자산은 더 사서 비중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2024년 말 개인투자용 국채 사태 때 많은 자산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정기적으로 매수한 투자자들은 2025년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리밸런싱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ETF 하나만 들고 있으니 조정할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문제였습니다. 2024년 금 가격이 급등했을 때 일부 매도하고 주식 비중을 늘렸다면, 2025년 주식 랠리에서 더 큰 수익을 냈을 겁니다. 리밸런싱은 단순히 비중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사는 자동 장치였던 셈입니다.
동적 자산배분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채권 비중을 늘리고, 경기가 좋아질 때는 주식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건 예측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적 배분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연 수익률 10% 목표로 20년 정착하면 누적 수익률이 190%를 넘긴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미국 ETF를 계속 모을 것인가, 아니면 한국 개별 종목에도 진입할 것인가. 코스피 6,000 돌파는 분명 기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고점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자산배분이 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제가 여러 계좌를 관리하고 매달 비중을 체크하는 일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리츠나 배당주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이 6~7%대를 유지하는 리츠는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줍니다. 가격이 하단에 있을 때 모아두면 나중에 금리가 내려갈 때 주가 상승과 배당 두 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이 영역을 건드리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자산배분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예금이 안전해 보이지만, 20년 뒤를 보면 분산투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제가 2년 동안 미국 ETF만 붙들고 있으면서 느낀 건, 안정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채권과 금, 리츠를 조금씩 섞어가며 진짜 자산배분을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조급하게 한국 주식에 뛰어들기보다는, 천천히 비중을 조정하며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쪽이 제 성향에 맞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