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생과 91년생, 겨우 여덟 살 차이인데 같은 나이 때 혼인율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가 2025년 발표한 청년 삶의 질 보고서를 보고 저도 한동안 멍했습니다. 숫자만으로는 실감이 안 나서요. 83년생인 저는 20대 중반에 결혼했고, 제가 결혼할 즈음에는 지인들의 결혼식을 한 달에 한번씩은 다닐 정도였거든요.
8년 만에 반토막 난 혼인율, 숫자가 말해주는 것
국가데이터처가 1983년생부터 1995년생의 삶을 추적한 인구동태 패널 통계에 따르면, 남성 기준으로 32세 때 혼인 경험자 비율이 2015년에는 43%였지만 2023년에는 24%로 내려앉았습니다. 여성은 같은 나이 때 56%에서 33%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종단 분석(longitudinal analysis)이란 동일한 집단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하며 변화를 보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이 세대가 나이를 먹으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직접 들여다본 거라, 단순 시점 비교보다 훨씬 입체적인 데이터입니다.
출산 경험도 비슷하게 쪼그라들었습니다. 83년생 여성은 32세 시점에 46%가 출산 경험이 있었는데, 91년생은 26%로 줄었습니다(출처: 국가데이터처). 혼인율(marriage rate)이란 일정 연령대에서 결혼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로, 출산율과 거의 직결됩니다. 결혼을 안 하면 아이도 안 낳는 구조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25~29세 남성 미혼율이 95%, 여성 미혼율이 90%라는 수치도 나왔습니다.
30~34세가 되어도 남성 75%, 여성 58%가 미혼입니다. 2000년에는 같은 연령대 여성의 미혼율이 11%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58%입니다. 저도 이 숫자는 여러 번 봐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못 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년 가구 중위소득은 2015년
대비 증가했고, 소득 만족도와 소비 생활 만족도 모두 올랐다고 보고서는 적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득 대비 부채비율(DTI, Debt-to-Income ratio)은 청년층에서 173%까지 치솟았습니다. DTI란 연간 소득 대비 보유 부채 총액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에 비해 빚이 많다는 뜻입니다. 2021년에는 청년 남성 기준으로 214%까지 찍었는데, 이건 솔직히 무서운 숫자입니다.
자발적 비혼주의가 퍼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제가 결혼할 즈음에도 "굳이 왜 해?"라는 친구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비중이 다른 결이고, 시스템 자체가 결혼을 권장하지 않는 구조로 바뀐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청년 삶의 주요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30~34세 남성 미혼율: 2000년 28% → 2024년 75%
- 30~34세 여성 미혼율: 2000년 11% → 2024년 58%
- 청년 소득 대비 부채비율(DTI): 2015년 94% → 2023년 173%
- 청년 1인 가구 비율: 2000년 6.7% → 최근 25.8%
- 평균 초혼 연령: 남성 34세, 여성 31.6세
저의 합가 경험과 지금 청년들에게 현실적으로 남은 선택지
저는 결혼하면서 시부모님과 합가를 했습니다. 합가(合家)란 결혼 후 배우자의 부모나 자신의 부모와 한 집에서 사는 거주 형태입니다. 요즘 청년들한테 말하면 거의 다 놀랍니다. "지금도요?"라고 되묻는 분들이 많아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 자신도. 신혼여행에서 아이가 생겼고,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서 첫째를 낳았습니다. 그 이후로 셋을 낳으면서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었던 건, 시어머니가 육아와 집안일을 전적으로 맡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구조가 저에게 얼마나 유리했는지 압니다. 보육비, 가사 부담, 식비까지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은 셈이니까요. 그런데 만약 지금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면 또 합가를 선택했을까요? 솔직히 그건 의문입니다. 아이도 셋을 또 낳았을까요?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의 결혼 선택이 가능했던 조건들은, 요즘 청년들에게 대부분 없습니다.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수도권 거주, 임시 근로자 신분, 주택 미소유 상태가 겹치면 미혼·비출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서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이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집단의 공통 특성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요즘 청년이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 어떤 조건이 결혼을 막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씁니다. 수도권이 소득은 높지만 주거비 부담과 경쟁 밀도가 결혼 의지를 더 빨리 꺾는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반면 청년 실업률은 9.1%에서 5.9%로 줄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그런데 서류 통과율은 19.4%에 불과하고, 신규 채용 규모도 감소세입니다. 쉬었음 인구는 64%나 늘었습니다. 실업률이 낮은데 취업이 어렵다는 이 모순은, 적극적으로 구직하지 않는 소극적 구직자가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는 훨씬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 맥락에서 저는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환경과 하지 않는 선택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 더 크냐를 따지기보다, 두 가지가 얽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세대는 청년 지원 혜택을 받을 나이도 아니고, 아이들 교육비는 해마다 늘어가고, 맨몸으로 다 이뤄낸 것 같은 기분이 솔직히
듭니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합가라는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삶은 없었을 겁니다.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 제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선택지 자체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건, 숫자를 보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택이 개인의 의지 문제이기 이전에, 구조적으로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인구학·경제 분야의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