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2022년 기준 31.3세를 넘어섰습니다. 얼마 전 중학교 동창 아버지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결혼한 친구와 안 한 친구가 반반이었습니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에 이 비율을 마주하고 나니, 통계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게 실감났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본 우리 세대의 민낯
저는 1983년 1월생이라 친구들은 대부분 82년생입니다. 만 나이로 이제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죠. 나는 2008년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결혼했으니 저는 그나마 이른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동창들의 상황은 제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결혼한 친구, 안 한 친구가 거의 5대 5.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하게 80년대생이면 결혼한 쪽이 훨씬 많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미혼인 친구들에게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라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연애 중인 친구도 거의
없었고, 결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친구도 드물었습니다.
그나마 인상 깊었던 건 작년 봄에 40대가 넘은 나이로 결혼한 친구였습니다. [부부모두 40대] 40세 이상 여성의 결혼 비율이 5%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통계 속 실제 인물이 제 친구였던 셈입니다. 남편 친구들 쪽도 비슷합니다. 남편은 78년생인데,
그쪽 친구들 중에도 미혼인 사람이 있고, 이혼 후 혼자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초혼 연령 상승과 저출산의 연결고리
초혼 연령(初婚年齡)이란 생애 처음으로 결혼하는 시점의 나이를 말합니다. 이 수치가 매년 0.2세씩 뒤로 밀리고 있다는 건,
결혼 자체가 인생의 후반부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20대 초반에 결혼하는 비율이 전체의 40%에
달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군대 다녀오면 바로 결혼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던 시절이죠.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결혼이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출산도 늦어집니다. 결혼 후 5년 이내에 첫째를 낳는 비율이 72%라는 점을 고려하면, 30대 중후반에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계획하다 보면 어느새 40대가 됩니다(출처: 통계청).
둘째는 그냥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지죠.
합계출산율(TFR)이란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1을 밑돌고 있다는 건, 저출산 문제가 단순히 "아이를 안 낳으려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출산이 어려워진 결과라는 걸 보여줍니다. 초혼 연령 상승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통계가 아니라 제 주변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비혼의 장점만 봤던 30대, 40대가 되면 달라지는 것들
20대 때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가장 활발하게 살았던 시절은 30대였습니다. 직장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소비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삶. 그때는 비혼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 시절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되면서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체력도 줄고, 만남 자체가 귀찮아지는 시기가 오거든요.
생활 만족도 조사를 보면, 30대 1인 가구의 만족도는 가장 높은 편이지만 40대, 50대, 60대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집니다.
70대 이상 1인 가구는 만족도가 30%까지 내려간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중년의 고독(孤獨感)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고독감이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이 약해지면서
오는 심리적 단절감을 의미합니다. 중년 남성에게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반면 중년 여성은 경제적 어려움이
만족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어느 쪽이든, 30대의 비혼이 40대 50대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친구들을 보면서 점점 실감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와 노후, 경제력이 결정하는 것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지금 혼자 사는 것과, 노인이 되어 혼자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65세 이상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2.1%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여기서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이 수치가 70%를 넘는다는 건 노인 1인 가구 열 명 중 일곱 명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의미
입니다. 이 통계를 처음 봤을 때 꽤 충격이었습니다.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외출 패턴을 보면 소득에 따라 삶의 질이 어떻게 갈리는지 더 선명해집니다.
- 소득이 없는 경우: 3개월간 주말 외출이 평균 5일 수준, 이동 거리는 근동네 산책 정도
- 연소득 7천만 원 초과의 경우: 3개월간 주말 외출 약 10일, 하루 이동 거리 평균 230km 수준
같은 노인 1인 가구여도 경제력에 따라 바깥세상과 단절되느냐, 적극적으로 생활하느냐가 완전히 갈립니다. 실버타운 비용만 해도 월 200만 원에 생활비·식비가 별도라, 안정적으로 지내려면 월 350~400만 원의 고정 수입이 필요합니다. 이만한 자산 소득(資産所得)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실버타운은 선택지가 되기 어렵습니다. 자산 소득이란 부동산 임대료나 배당, 이자처럼 노동 없이
들어오는 수입을 말합니다.
제가 만약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은 미혼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전문직이고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다면, 솔직히 굳이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경제적 자립이 비혼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조건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경제력 없이 비혼을
선택하면 노년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혼자 떠안게 됩니다. 100세 시대에 지금 결혼해도 혼인 기간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졌다는 것도 변수입니다. 결혼이 노후의 보험이 되는 시대는 이미 아니기 때문에,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노후 준비는 각자의 몫이 됐습니다.
결국 결혼이냐 비혼이냐가 행복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 선택 안에서 단점을 얼마나 줄이고 대비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건, 결혼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 이유가 대부분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그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면, 적어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노후 준비는 시작해두는 게 낫습니다. 비혼으로 살수록 경제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건, 제 주변 이야기를 통해 이미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