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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밀리 (일상부자, 자산격차, 부동산)

by 옴싹옴싹 2026. 5. 11.

미국에서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 5,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2000년 대비 무려

네 배가 늘었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2.5배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얘기가 서울 송파구 아파트 한 채와 직접 연결되더라고요.

집 한 채가 만든 평범한 부자, 에밀리

에밀리(EMILY)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에밀리란 'Everyday Millionaire'의 앞 글자를 딴 표현으로, 화려한 요트나 별장 대신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2019년 미국 작가 크리스 오건이 책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인데, 2020년대 들어 집값과 주식이 동시에 폭등하면서 이 단어가 훨씬 현실적인 무게를 갖게 됐습니다.

 

미국에서만 약 2,400만 명이 순자산(Net Worth) 1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순자산이란 보유 자산 전체에서 부채를 뺀 실질적인 재산 규모를 뜻합니다. 전체 가구의 약 10분의 1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특히 2020년 이후 집값 급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뉴욕 근교 침실 4개짜리 주택 평균 시세가 2025년 기준 110만 달러를 넘겼으니, 가만히 앉아서 에밀리가 된 셈이죠.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5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5억 원을 넘겼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제가 어릴 때 살았던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도 지금은 그 가격대에 들어와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다니고있을때 부모님은 아버지가 하시던 스웨터

공장 일이 잘 안 풀리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그 동네에서 계속 이사를 반복하셨어요.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셨습니다. 그때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미 비쌌고, 지금도 비싸죠. 그 시절과 지금의 자산 격차가 어디서 벌어지기 시작했는지, 저는 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에밀리 현상에서 핵심적인 모순은 자산은 늘었는데 체감 소득은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미국 에밀리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즉시

사용 가능한 유동성 자산, 즉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전체 자산의 4~6%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부동산과 퇴직연금 401k에 묶여 있습니다. 401k란 미국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로, 일정 연령이 되기 전에는 인출 시 세금과 패널티가 붙어 사실상 꺼내 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60억짜리 집을 갖고 있어도 통장 잔고가 쪼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님이 남양주로 이사한 날 생각한 것들

하나은행이 2026년 발표한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서는 K에밀리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 연 소득 5억 원, 총자산 60억 원 수준의 50대 이하 고소득 자산가입니다(출처: 하나은행). 솔직히 이 기준은 제가 생각하는 '평범한 부자'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연 소득 5억이면 SK하이닉스 임원급이고, 금융 자산 10억 이상이면 전 국민 상위 1% 안에 드는 수준이거든요.

 

제 기준의 K에밀리는 따로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가진 분들입니다. 서울에는 아파트가 약 180만 호가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현재 1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 중에 그 시절 집을 한 채 사서 버틴 분들과, 제 부모님처럼 전세와 월세를 전전한 분들 사이의 자산 격차는 지금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있습니다.

 

부모님이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신건 제가 20대 중반에 결혼한 이후였습니다. 제 도움으로 남양주에 이사하셨을 때인데, 빚을 극도로 싫어하셨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대출을 내셨죠. 자녀 셋 키우면서 청약통장 같은 건 생각도 못 하셨고, 근로소득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서야 움직이셨습니다. 만약 그때도 안 하셨다면 지금쯤 서울 송파 어딘가에서 월세를 내고 계셨을 겁니다.

 

그 결정이 남양주였다는 게 지금은 조금 아쉽습니다. 같은 시기에 서울 송파에 자가를 갖고있던 지인들과 부모님 사이의 자산 격차는 지금 상당히 커졌거든요. 당시 거여·마천동의 집값이 지금은 얼마나 올랐을지, 제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라 더 와닿습니다.

K에밀리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가 2020년 이전 27만 명에서 2025년 47만 6천 명으로 80% 가까이 급증
  • 자산 증가의 주된 동력은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식 시장 급등
  • 자산이 늘었지만 유동성이 부족해 체감 소득은 그대로인 '자산 빈곤(Asset-rich, Cash-poor)' 현상 심화
  • K에밀리 응답자의 66%가 "평범한 사람이 부자 되기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답변

자산 빈곤(Asset-rich, Cash-poor)이란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평가 가치는 높지만, 일상에서 쓸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15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생활비를 걱정하는 상황이 바로 이 개념입니다. 국내 기사에서 논란이 됐던 "15억 집 가진 노인, 생활비 걱정"이라는 제목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나스닥 지수가 2016년 약 5,000에서 2025년 23,000을 넘기는 동안, 그리고 서울 아파트 값이 쉼 없이 오르는 동안 이 자산 격차는 계속 벌어졌습니다. 제가 이 흐름을 옆에서 보면서 느끼는 건, 정보력과 결단력의 차이가 결국 수십 년 후 자산 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결국 에밀리가 늘어난다는 건 중산층의 자산이 올라갔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그 상승이 소득이 아닌 자산 가격으로만 이뤄졌다는 한계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조금 더 일찍,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본인의 자산 구조를 점검하고, 유동성과 실물 자산의 균형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7CfYef7PUw&t=9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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