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정말 기쁠 것 같죠. 그런데 막상 계산기를 두드리면 그 기쁨이 반으로 쪼개집니다. 대출만 8억, 한 사람 월급이 통째로 원리금 상환에 사라지는 구조. 저는 이 이야기가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억이라는 단위가 얼마나 큰
무게인지, 직접 버텨본 사람만 압니다.
주거사다리는 무너지고 있는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노무현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22년간 서울 25개구 30평형 아파트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2003년 3억 원이었던 아파트가 2024년 기준 12억 8천만 원으로 네 배 이상 뛰었습니다(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는 더욱 심각합니다. 2003년 2억 6천만 원이었던 시세차가 22년 만에 22억 1천만 원으로 열 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PIR(Price to Income Ratio)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PIR이란 가구 연간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의 배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쉽게 말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집을 사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보여줍니다. 2003년 서울 기준 PIR은
16년이었는데 지금은 32년, 두 배가 됐습니다. 강남은 28년에서 80년으로 늘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월급을 모아도 강남 아파트는 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게 수치로만 느껴지신다면 저희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남편 소득이 좋을 때 연봉이 세전 1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지나고 금리가 오르면서 건설 경기가 무너졌고, 남편 일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 상황은 지금도 현재진행형
입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소득은 줄어가는 구조 속에서, 티비에서 아무렇지 않게 "억" 소리를 내뱉는 걸 보면 솔직히 허탈해집니다.
KBS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무주택자 중 68.2%가 5년 안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20대는 81.6%가 부정적이었습니다. 이유로는 주택 가격 상승과 소득 대비 가격 부담이 꼽혔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내가 버는 속도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주거사다리가 무너지는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2003년 이후 역대 모든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 안정화에 실패
- 강남 vs 비강남 시세 격차가 22년간 10배로 확대
- 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구매 기간 32년, 강남은 80년
- 무주택자 10명 중 7명이 5년 내 내 집 마련 불가능으로 응답
이른바 상급지라고 불리는 지역, 강남 3구나 지방 광역시의 학군 중심지로 가려면 지금은 월급의 75~80%를 수년간 저축해야 겨우 사다리 한 칸을 오를 수 있습니다. 그 기회비용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영끌과 보유세 사이, 진짜 문제는 뭔가
영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끌이란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가용한 모든 자산과 대출을 총동원해 집을 사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주담대(주택담보대출)를 최대한 받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열어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한 달 월급의 절반이 원리금 상환으로 나가고, 나머지 절반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빚을 갚을 생각보다 집값이 올라서 갈아타려는 생각이 더 앞서 있는 분들이 많다고 봅니다. "언젠가 오를 거니까 버티면 된다"는 논리인데, 그 버티는 동안 아이는 어떻게 키우고, 아프면 어떻게 할 건지는 잘 계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형편에 맞게 사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소득 구조상 오피스텔이나 빌라에서 출발해야
하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다들 신축 아파트만 바라보는 현실이 저는 좀 안타깝습니다.
현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다주택자 신규 대출 차단, 서울 25개구 전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까지
전방위 규제를 꺼냈습니다. 보유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보유세란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매년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친 개념입니다. 보유 부담이 커질수록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게 되고,
그것이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다주택자 급매물이 한 달 새 15% 가량 늘었다는 현장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최고 82.5%에 달하게 되면, 팔아서 남는 게 없으니 오히려 매물을 잠그게 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출처: 통계청 주택통계). 규제가 강할수록 거래가 막히고 가격은 더 경직되는 역설이 반복돼 온 것이 지난 22년의 역사입니다.
저는 2028년에 신축 아파트로 입주합니다. 아이가 셋임에도 25평형을 선택했습니다. 주거 공간으로서의 적정선, 그리고 감당
가능한 빚의 크기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득이 늘 지금 같을 거라는 보장은 없고,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세상은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건설사와 시장이 만들어낸 "무조건 상급지, 무조건 신축"의 공식보다, 자기 삶의 현금흐름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는 콘크리트 상자일 뿐입니다. 그 안에 담을 삶이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또는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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