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사이에 금 1g 가격이 48,000원에서 20만 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같은 100만 원으로 금을 20g 살 수 있었던 게 이제는 5g밖에 안 됩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열심히 저축했는데 실제로는 가난해지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원화 가치 하락이 왜 지금 이렇게 무서운 얘긴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봅니다.
왜 은행 예금만으로는 부족한가
여러분, 부모님 세대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 보신 적 있습니까? 1980년에 출시된 재형저축 금리는 무려 40%였습니다. 100만 원을 넣으면 다음 해에 140만 원이 되던 시절입니다. 그때는 집값 상승률보다 은행 금리가 더 높았으니 저축만 해도 부자가 됐죠. 그런데 지금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2.5% 수준입니다(출처: 한국은행).
문제는 이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예금 금리가 2.5%인데 물가가 3% 오르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서서히
가난해지는 셈입니다.
저도 이 부분은 공감이 갑니다. 제가 아는 60대 지인은 현금을 꽤 갖고 있는데 "적어도 잃지는 않는다"는 논리로 예금만 고집합니다. 그 마음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노후에 투자 실패로 현금마저 녹아내리는 분들을 주변에서 꽤 봤거든요. 그러나 투자를 안 하면 서서히 손해를 보고, 투자를 잘못하면 한꺼번에 크게 손해를 봅니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결국 핵심입니다.
캔틸런 효과, 누가 진짜 수혜자인가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캔틸런 효과(Cantillon Effect)란 통화 공급이 늘어날 때 돈이 먼저 닿는 사람과 나중에 닿는 사람 사이에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
합니다. 18세기 경제학자 리처드 캔틸런이 처음 설명한 개념입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면, 그 돈은 시중은행을 거쳐 배분됩니다. 그런데 시중은행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2%
금리로 100억을 빌려주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18% 금리로 100만 원을 빌려줍니다. 결국 부자는 싼 돈을 대량으로 조달해 자산을 매입하고, 서민은 고금리에 짓눌려 자산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앙은행 발권 → 시중은행 배분 → 신용 있는 상위 계층에 집중
- 자산 가격 상승 → 자산 보유자(부유층) 수혜
- 물가 상승 → 자산 없는 계층의 실질 구매력 하락
- 결과적으로 빈부 격차 확대
제가 아는 100억대 자산가 사업가는 자산의 80% 정도가 오래전에 매수한 서울 부동산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돈이 풀릴 때마다 시세 차익이 쌓여간 케이스입니다. 캔틸런 효과의 전형적인 수혜자죠. 반면 자산이 없던 사람은
같은 기간 동안 물가 상승의 타격만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원화 M2와 달러, 숫자가 말해주는 것
202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광의통화(M2)는 약 3% 증가에 그쳤습니다. 여기서 M2란 현금과 요구불예금에 단기 저축성 예금까지 포함한 통화량 지표로, 시중에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려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원화 M2는 약 20% 늘었습니다. 속도로 따지면 미국의 7배입니다(출처: 한국은행)
달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축통화입니다. 여기서 기축통화란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결제 기준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합니다. 그 달러보다 우리가 7배 빠른 속도로 원화를 찍어냈으니,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실제로 2022년 1월 기준 달러당 1,080원이었던 환율이 지금은 1,470원을 넘어섰습니다.
이게 자산 가격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같은 기간 서울 강남 집값이 공식 통계상 10%, 체감상 20 ~ 30%
올랐다고 해도 원화 가치 자체가 25% 떨어졌으니 달러로 환산하면 사실상 본전입니다.
집값이 내린 다른 지방 도시는 달러 기준으로 30 ~ 50% 가까이 하락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초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지인 댁을 방문했을 때, 눈도 비도 적어지고 새와 벌레가 늘고 벼농사도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후도 바뀌고, 돈의 가치도 바뀌고,
주변 모든 것이 조용히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대별로 달라야 하는 포트폴리오 전략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이에 따라 꽤 다릅니다.
2030세대에게 가장 위험한 착각은 '시드머니 1억을 모은 뒤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산이 적을 때 실패해야 진짜 배울 수 있고, 나중에 큰 금액을 다룰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고위험 자산에 집중하면 하루 종일 시세판에 눈이 붙어 자기 개발
시간이 사라집니다. 2030세대의 가장 큰 자산은 시간이고, 그 시간을 복리(Compound Interest)로 굴리는 능력입니다. 복리란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말합니다.
4050세대는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으면 그 공식을 계속 고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금리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4~1974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면 금융 시장에 돈 공급이 줄고, 시장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성공 공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국면입니다.
60대 이후라면 인플레이션 방어가 핵심입니다. 저는 자산이 많지 않은 60대라면 예금 중심으로 현금을 지키는 것도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잃지 않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달러 자산을 일부 편입하고,
매월 수입이 생기는 파이프라인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금만 붙잡고 있다고 완전히 안전한 시대는 아니라는 점,
이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결국 투자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닙니다. 가진 자산 규모, 나이, 수입 구조에 따라 전략이 달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거시 경제
변수가 빠르게 바뀌는 시기일수록 자기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남들 따라 투자했다가 더 크게 가난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봤습니다. 공부 없이 움직이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습니다. 이 글이 적어도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가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